
표지
구덩이 아래 나라
그림 설명: 구덩이 아래 나라 표지

쪽 2
소녀는 남들과 조금 다른 생각을 했어요. 구름은 하늘의 스케치북이라고, 달팽이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여행가라고요. 소녀의 공책엔 그런 세계가 가득했지요.
그림 설명: 나무 아래에서 공책에 그림을 그리는 소녀

쪽 3
하지만 사람들은 말했어요. “그건 이상해.” “쓸모없는 생각이야.” 그런 말을 들은 날이면, 공책이 조금 무거워졌어요. 그래도 소녀는 속삭였지요. “그래도 나는, 나.”
그림 설명: 회색 도시에서 공책을 안고 걷는 소녀

쪽 4
어느 날, 들판에서 하얀 토끼 발자국을 따라가던 소녀는 오래된 나무 밑에서 이상한 굴을 발견했어요. 굴속에서 별가루 냄새가 났어요.
그림 설명: 빛나는 굴을 들여다보는 소녀

쪽 5
들여다보는 순간, 휘리릭! 소녀는 굴 아래로 떨어졌어요. 무섭지 않았어요. 낙하는 폭신했고, 주위엔 소녀가 그렸던 그림들이 반짝이며 함께 떨어지고 있었거든요.
그림 설명: 별이 흐르는 굴 속을 떨어지는 소녀

쪽 6
쿵~ 아니, 폭신! 눈을 뜨자 그곳은… 소녀가 공책에 그리던 바로 그 세계였어요. 구름 스케치북이 하늘에 걸려 있고, 달팽이 여행가가 모자를 들어 인사했지요. “어서 와. 네가 만든 나라에.”
그림 설명: 꽃밭에 내려앉은 소녀와 달팽이 여행가

쪽 7
그 나라에는 친구들이 살고 있었어요. 다다다 달리는 햄도리, 물을 뿜는 아기 코끼리, 비눗방울의 엘리펀트, 무엇이든 크게 보는 왕눈이, 높이 뛰는 깡총이. 모두 저마다 다르게 반짝였지요.
그림 설명: 다섯 친구의 환영

쪽 8
그런데 이 나라에도 슬픔은 찾아왔어요. 어느 날 광장에서 누군가 말했어요. “날개 없는 새는 새가 아니야. 저 아이는 우리와 달라.” 날개 없는 아기 새가 고개를 푹 숙였어요.
그림 설명: 광장에서 고개 숙인 날개 없는 아기 새

쪽 9
그 말에 소녀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. 위의 세상에서 듣던 말과 똑같았거든요. 공책을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어요. ‘도망칠까? …아니야. 여기서는, 내가 먼저 다가갈 거야.’
그림 설명: 가슴에 공책을 꼭 안고 용기를 내는 소녀의 옆모습

쪽 10
소녀는 아기 새 옆에 가만히 앉았어요. “달라서 이상한 게 아니야. 달라서 새로운 거야.”
그림 설명: 계단에 나란히 앉은 소녀와 아기 새

쪽 11
친구들이 모여들었어요. 왕눈이는 아기 새의 발을 크게 크게 보았지요. “이것 봐! 이 발은 누구보다 튼튼해!” 깡총이가 외쳤어요. “그럼 나랑 같이 뛰면 되겠다!”
그림 설명: 아기 새의 튼튼한 발을 비추는 왕눈이

쪽 12
햄도리는 달리는 법을, 깡총이는 뛰는 법을 가르쳐 줬어요. 아기 코끼리는 물 분수로 무지개를, 엘리펀트는 비눗방울 계단을 만들어 줬지요. 소녀는 달리고 뛰어서 하늘에 닿는 새를 공책에 새로 그렸어요.
그림 설명: 함께 연습하는 아기 새와 친구들

쪽 13
축제 전날 밤, 아기 새가 훌쩍였어요. “난 안 될 거야. 날개가 없는걸.” 소녀는 공책을 펼쳐 보여 주었어요. “나도 ‘이상하다’는 말을 많이 들었어. 그런데 봐, 그 이상한 생각들이 이 나라를 만들었잖아.”
그림 설명: 등불 아래 공책을 펼쳐 아기 새에게 보여 주는 소녀

쪽 14
축제의 날, 아기 새는 달렸어요. 다다다! 깡총! 비눗방울 계단을 통통통! 그리고 무지개 분수 꼭대기에서, 훨훨, 바람을 탔어요. 광장의 모두가 환호했어요. “날개가 없어도 하늘에 닿는구나!”
그림 설명: 무지개 분수 위에서 바람을 타는 아기 새

쪽 15
그날 밤, 하얀 토끼가 소녀에게 조용히 말했어요. “이제 돌아갈 시간이야. 이 나라는 네가 만든 곳이지만, 네가 살아갈 곳은 위의 세상이거든.” 소녀는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꼭 안았어요.
그림 설명: 작별 인사를 나누는 소녀

쪽 16
굴을 오르며 소녀는 알았어요. 마음이 전보다 단단해졌다는 걸. 위의 세상은 그대로였지만, 소녀는 조금 달라져 있었어요. “다른 생각”은 숨길 것이 아니라 나눠 줄 것이라는 걸 알았으니까요. 그래도 나는, 나. 아니, 그래서 나는, 나!
그림 설명: 빛을 향해 굴을 오르는 소녀

작가의 말
소녀의 공책은 여전히 그림으로 가득합니다. 그리고 그 나라는 사라지지 않았어요. 우리가 만든 세계는, 우리가 믿는 동안 늘 그 자리에 있으니까요. 여러분도 지금, 그 나라에 들어와 있답니다. — 이민우
그림 설명: 공책 속에서 손을 흔드는 다섯 친구